인생을 바꿀 기회는 누구에게나 세 번 주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 배우자로 누굴 만나느냐, 그 배우자와 어떤 아이를 낳느냐. 이 중에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배우자 한 명뿐이다. 주로 기혼 꼰대들은 회한이 서린 목소리로 “그만큼 결혼 상대가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똘똘한 한 채’가 답이 돼 버린 요즘 세상에는 같은 아파트 입주민 중에서 배우자를 고르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됐다. 지난해 8월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초고가 아파트 얘기다. 이곳 입주민들은 올해 4월 결혼정보회를 결성해 첫 정기모임을 가졌다. 입주민 당사자와 자녀 등 가족을 대상으로 가입비 10만 원에 연회비 30만 원을 받고 맞선을 주선해준다고 한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반포동 아파트값을 생각하면 입주민끼리 사돈을 맺는 것도 일견 이해가 된다. 이곳 전용 84㎡는 올해 4월 42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요즘같이 초저출산 시대에 이곳에 사는 외동딸과 외동아들이 만난다면 어떨까. 이들이 양가 부모에게 재산을 상속받게 될 수십 년 뒤 ‘똘똘한 두 채’는 얼마가 돼 있을까.
박민우, "청년들의 로맨스 파괴하는 사회" <동아일보 2024.7.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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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는 기사들이 많다. 위의 동아일보 사설은 반포동의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당사자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맞선을 주선해 준다는 기사다. ^^
아파트 입주민들끼리 사돈을 맺자는 뜻. 결혼하기 위해서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 청년들의 로맨스를 파괴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 위의 사설의 씁쓸한 결론이다.
조선이후 대한제국이 들어서면서 신분제를 벗어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신분상승을 꿈꿨을 것이다. 공부야 말로 출세의 시작이라 생각했던 당시의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자식들 공부 시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경제개발시대에는 사업을 하고 돈을 벌면 신분 상승의 기회가 생겨 너도나도 빚을 내어 사업을 하고 장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무엇일까? 위의 사설에 따르면 이제 빚을 내서라도 하는 것은, 집을 사는 것이다. 공부가 우선인 사회에서는 자녀들에게 이기주의를 가르쳤고, 경제가 우선이 사회에서는 자녀들에게 개인주의를 양육하였다. 부동산이 우선인 사회에서 자녀들에게 더이상 희망, 꿈, 로맨스와 같은 것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청년들에게 아파트는 지금 내 수중의 것으로 절대 꿈 꿀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2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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