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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기대 (삶)/책과 삶

김누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와 악셀하케, 무례한 시대를 품위있게 건너는 법 을 읽고

by 바울과 함께 걸었네 2020.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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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을 읽었다. 
한권은 요즘 핫 한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인 김누리교수의 책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이고 
다른 한권은 독일 저널리스트 악셀 하케의 책 "무례한 시대를 품위있게 건너는 법" 이다. 

두 권의 책을 한꺼번에 소개한 이유는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는 둘다 독일권 또는 유럽 사회의 모습을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권의 책을 읽는 독자들의 현실이 배제와 혐오, 차별이라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누리교수는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수학을 하였고 그라스 문학을 연구하여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나는 그의 강의를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접하였다. 독일 통일의 역사적 사례에 비추어 한국의 통일 정책과 현실을 신랄하게 밝혀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재 놓치고 있는 부분을 명쾌하게 제시해주었다. 

그는 분단된 조국의 경제력이나 정치력의 우위에 선 국가가 일방적으로 통일하는 원리를 반대한다.
무엇보다 독일의 예를 근거로 이데올로기적 통일 또는 평화적 공존이 우선이라고 밝힌다. 통일에 관한 내용은 책을 차근 차근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책의 대부분은 통일에 대한 내용으로 되어있지는 않다. 그것보다 대한민국이 가진 불편한 진실들을 밖으로 꺼내 놓는 역할을 하는 책이다. 독재에 투쟁하고 투표권에 투쟁한 선배들로 인해 정치민주화는 되었지만, 갑질공화국, 혐오와 배제, 차별 등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여전히 일상의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독일이라는 거울을 통해 대한민국을 비추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이 전적으로 이해가 되거나 납득이 되는 건아니다. 기독교(개신교) 정신이 바탕이 된 독일의 정치 그리고 6.25 전쟁등으로 반공주의 와 친미의 기치아래 보수화 된 정치, 교육의 평등이 이루어진 독일 대학교육과 대다수가 사립 대학인 한국. 일상의 민주주의의 확립의 기틀을 제공한 68혁명과 정치민주주의에 문을 연 86세대 그러나 갑질과 차별의 중심이 된 그들. 독일사회와 한국사회는 그 시작부터가 다르다. 읽는 내내 내안에 열등감과 더불어 한숨이 나왔다. 
아쉽게도 이 책 역시 구한말 개화기시대의 계몽주의자들이 선진문물을 경험하고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배우고 공부하라고 호되게 꾸짖는 선생의 훈계 같다. 

"우리 사회를 냉정한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독일이라는 거울 앞에 우리를 세워놓고 보면 거리를 두고 우리의 새로운 모습을 바라볼수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의 일상 우리의 삶의 방식이 뭔가 비정상적이고 부조리하고 이상한 모습으로 보일수 있습니다. 우리를 낯설게 대면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저자의 서문의 말처럼 이책은 아버지나 선생님이 옆집 아이의 이름을 대며 우리를 호되게 혼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옆집아이의 실체는 없다. 이상적인 존재앞에서 우리는 비정상적일수 밖에 없고 낯설고 부조리해보인다. 열등감이라면 열등감이다.    

그러다가 집어든 책이 악셀 하케의 "무례한 시대를 품위있게 건너는 법"이다. 이책은 무엇보다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앉은 자리에서 한두시간만에 다 읽었으니 말이다. 저널리스트 답게 명쾌하면서도 현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끄집어 내고 있다. 김누리 교수의 책은 다분히 역사와 실증에 의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면, 이 책은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통해 통찰과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악셀 하케의 책이 주는 특징은 무엇보다 독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과 유럽 더 나아가 서양의 세계는 김교수의 책처럼 이상적이거나 평등하거나 지식인들로 넘쳐나는 세상은 아니다. 그들은 인종차별과 배제 와 혐오 라는 무례한 세상이다.

난민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고, 타 종교를 향해 야유하고 비웃는 세상이다. 인터넷 소셜미디어 세상에서 누군가를 성폭행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올리는 세상이요. 자신의 가치를 놓이는 좋아요에 목숨을 걸어 더 자극적인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애를 쓰고 페이스북의 관계자들은 돈 벌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모른척하는 세상이다. 

저자는 이런 세상속에 품위를 말한다. 그가 말하는 품위란 무엇일까? 에티켓 같은 것일까? 착하고 부드럽고 유한 것일까? 도덕과 양심으로 사는 것일까?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저자는 품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한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행위라고 말이다. 아니면 살을 좀더 붙여서 이렇게 표현하는 건 어떨까? 품위란 다른이들과 기본적인 연대의식을 느끼는 것이며 우리 모두가 생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또한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크든 작든 모두 동일하게 중요하며 이를 일상의 모든 상황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라고 말할수 있겠다. " (208쪽)  

이책이 주는 매력이 여기에 있다. 정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제와 혐오의 세상에서 품위를 유지하는 것을 함께 사는 방식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품위는 인간됨의 기초이다. 평등하게 함께 사는 방식말이다. 

이를 김누리 교수는 일상의 민주화라고 표현하였고 악셀하케는 품위라고 표현한 것이다. 방금도 밝혔지만, 김누리 교수의 책 역시 평화적 공존을 말한다. 혐오화 불평등의 세상에서 독일의 역사적 예를 들어 어떻게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갈것인가 고민한다. 그것을 악셀 하케의 책이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독일의 현실을 보면서 말이다. 
한 책은 독일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고. 다른 한 책은 독일의 현실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내고 있다. 
사실 두 책 모두 분석의 칼은 빛나고 현실을 드러내는 빛은 밝았다. 그러나 무엇을 해야하지? 어떻게 살아야하지? 라는 대안의 영역은 어두웠다. 한 책은 거울을 비춰준 것 뿐이고, 한 책은 음지를 비춰준것 뿐이다.  

어쩌면 두 책의 저자 모두 살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려는 선한 의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믿는다.
지금은 코로나의 세상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됨의 본질을 유지하며 사는 것인가를 고민하고 모색하며 살아가야할 때이다. 바이러스 하나가 인간 세상의 민낯을 드러내었고, 품위를 발가벗겼다.
포용과 사랑 그리고 자비의 세상은 혐오와 차별 그리고 소외의 세상이 되었다.
그것은 유럽 아시아 할것없다. 그러니 이제는 함께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함께 사는 세상에서 인간됨의 본질이 나온다. 함께 사는 세상은 각자도생의 사회를 물리친다.

말도안되는 세상에 분개한 민심은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은 정치민주화를 넘어 일상의 민주화를 이루는 토대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광장에서 개별적 삶으로 들어갔다. 개별적 삶은 안정을 지향하고 불안하고 두려운 세상이다. 
거짓 뉴스들이 팽배한 곳이다. 저마다 자기 소견이 옳다고 여기는 삶이다. 
다시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공동체로 나와야한다.
저마다의 악한 바이러스들을 물리치고 말이다.  

코로나19의 시대 저마다의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고민이 있는 자들에게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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